오늘은 만약 여러분이 미국에 계시는 동안 불미스러운 일을 경험하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미국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면 - 대처법
저는 현재 미국에서 성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제가 주로 만나는 생존자들은 제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 소속 학생들인데요, 그래도 전반적인 미국 내 성폭력 피해자 지원 체계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있어 한번 적어보려고 합니다.
혹시 지금 당장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면 911으로 신고하시기를 바랍니다.
피해 이후에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1. 증거채취 및 의료조치
성폭력 피해가 발생하였다면 가장 먼저 증거채취를 할 수 있는 병원에 방문하시기를 권장해드리고 싶습니다.
성폭력 피해 발생 이후에는 가해자의 DNA 등 증거를 채취해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 피해 직후라면 샤워, 양치, 음식물 섭취 등을 하지 않으신 채로 병원에 방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샤워 등을 마친 상황이라면 피해 당시에 착용했던 옷, 특히 속옷 등을 가지고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증거채취는 피해 직후 72시간 혹은 96시간 안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는 주 별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해당 주의 법을 꼭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에서는 SANE (Sexual Assault Nurse Examination)이라는 검사를 통해서 증거를 채취할 수 있는데, 근처 병원 응급실 (Emergency Room - ER)을 방문하시면 된답니다.
그러나 모든 병원이 증거채취 키트를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 먼저 전화로 확인하시고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사이트에서 SANE 검사를 제공하는 병원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도 방문 전 꼭 한번 전화로 문의 후 방문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병원에 방문하시면 응급실 접수대에서 'I am here for SANE exam' 혹은 'I experienced sexual violence' 등등으로 알려주시면 병원에서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안내할 것 입니다. 미국 응급실은 대기시간이 길기로 유명한데요, 증거채취 검사를 위해 방문하셔도 대기자가 있다면 대기하실 수도 있다는 점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안내해드린 것처럼 72시간-96시간과 같이 증거채취에는 시간이 정해져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접수 시에 이 부분을 말씀해주시고 시간 내에 도움 받으실 수 있도록 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간호사가 안내해주고 난 후에는 증거채취 키트를 사용하는 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배정되어 설명해줄 것 입니다. 이때에 advocate(옹호자) 서비스가 필요한지 물어볼텐데요, 이는 간호사 외에 주변 피해자지원기관 등에서 사회복지사에 해당하는 인력이 와서 검사 내내 옆에서 정서적 도움을 주고 또 이후에 여러가지 서비스 등에 대해서도 안내해줄 사람을 뜻합니다. 저는 advocate 서비스를 사용을 권장해드립니다.
advocate이 출동해 병원에 내방하게 되면 그때부터 검사가 시작됩니다.
간호사가 경찰에 연락하여 현장에서 동시에 신고할 것인지도 물어보게되는데요, 증거채취 키트를 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신고할 필요는 없고 생존자 본인의 의사에 맞춰서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만약 짧은 시간 동안 미국에 방문하셨거나 혹은 추후에 경찰에 신고할 의사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그 현장에서 경찰도 불러와서 한번에 신고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검사 절차 중 간호사가 피해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묻고 이를 기록하여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때에 경찰이 함께 청취하고 기록할 수 있다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한번만 진술하면 되서 편리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검사가 시작되면 간호사는 검사절차의 여러가지를 안내해줄 것 입니다.
커다란 면봉처럼 생긴 도구로 가해자와 접촉이 있었던 부분을 검사해서 DNA를 수집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약물 검사 등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신체적 폭력이 수반된 경우에는 그에 따르는 멍이나 상처 등을 사진으로 기록해두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답니다.
모든 절차는 생존자의 동의가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불편하시거나 원하지 않는 검사가 있다면 거부할 수 있답니다.
혹시 언어적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병원에다가 통역 서비스를 요청하셔도 되구요,
혹은 대한민국 영사관의 도움을 받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여행 중 긴급상황 시 도움 받을 수 있는 통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혁 콜센터 소개 >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0404.go.kr)
병원에 방문하시면 이렇게 증거채취 외에도 간단한 의료적 도움을 받으실 수 있답니다.
증거채취 과정은 피해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 없이 무료로 제공됩니다.
다만 추가적인 의료적 처치가 필요하다면, 그 부분은 응급실 이용료로 의료비 지불하여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나면 모든 내용은 밀봉되어 검사하는 연구소로 보내집니다.
검사결과가 나오면 담당하는 경찰서에 안내됩니다.
만약 익명으로 검사한 경우에는 익명으로 보관되는데요,
병원의료 기록에는 남아있기 때문에 추후에 신고하시기로 결정하셨다면 본인 동의 하에 경찰에 제공이 가능하답니다.
다음 글에서는 경찰에 신고하고 도움 받는 방법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전한 미국생활이 가장 우선이겠지만, 이러한 피해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므로 피해 이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적어보았습니다. 질문 있으시다면 언제든 댓글로 문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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