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는 학교는 아직 쿼터제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쿼터제가 시작된 곳이라나 뭐라나..
그래서 이 곳의 학기는 1년에 총 3쿼터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한 쿼터당 약 9-10주의 수업을 듣게 되구요.
문제는, 한 학기동안 (보통 14주-15주) 배울만한 내용을 9주에 몰아서 배운다는 겁니다! 선배들 얘기에 의하면 정신차릴 때 쯔음에는 쿼터가 끝나있다고 합니다…
2주차 쯤 되니까 쿼터제의 매력(?)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이번 쿼터에 수업을 3개 듣는데, 리딩이 쌓이니까 한 주에 20편 조금 넘는 논문들을 읽는데 거기에 과제들이 시작되니까 조금 벅찬 기분이 들더라구요.
한 주 수업 준비하고 교수님과 함께하는 연구일 하다보니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분명 힘든 것 같긴한데 자꾸 신이 납니다.
초중고 대학 학부 대학원 두 번..
참 많은 학교들과 수업과정들을 거쳐왔는데 이런 기분을 느낀지는 정말 오래된 것 같아요.
수업 준비를 위해 읽는 논문들이 수업을 위해, 혹은 교수님에게 보여주거나 과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힘이 들면서도 이렇게 잘 골라진 자료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신이 나는 것 같아요.
아마도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끈임없이 생겨났던 질문들을 어떻게 할 줄을 모르다가 이 곳에서 내 질문들에 답해줄 이들을 만난 게 반가운 것 같아요.
가끔은 이걸 다 무사히 소화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막막함이 느껴지긴 합니다.
그럴 때마다 이제 막 시작한 2주차 새내기 박사생이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주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대학원생, 특히 박사생들을 위한 팁 중에 ‘박사도 결국 직업이다‘ 라는 내용을 보았어요. 일과 성과에 대한 압박에 압도되지 않기를 바라며 삶과 일의 경계를 강조하기 위함이지요. 공감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일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고농축의 자기성장이 따라온다는 점이 좋습니다.
이렇게 어른스러운 척, 의젓한 척 글을 썻지만 저 역시도 중간 중간 남편에게 날 말리지 그랬냐며(ㅋㅋㅋ) 징징거리는 순간들도 있답니다
그때마다 고양이들의 포근한 품이 큰 위로가 되네요 ㅎㅎ
앞으로도 종종 박사생활 이야기들 나누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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