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는 사회복지사/미국 사회복지 석사 (MSW)

사회복지 MSW 실습후기 - 1. 대학교 내 상담센터

달이언니 (달니) 2023. 3. 2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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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실습에 대해 경험해보셨거나, 하실 예정이실텐데요. 

제 개인적인 실습 경험도 한번 공유해볼까 하여 이렇게 글을 씁니다. 

개인적인 경험 공유라 반말로 작성하는 점 양해부탁드려요 ;) 

 

보다 일반적인 팁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글을 참고해보세요. 

 

실습지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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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지에서 잘 해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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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복지 석사 Social Work MSW 실습 후기 및 팁 공유

이번 글에서는 사회복지 석사 실습과 관련하여 후기 및 팁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블로그에 남겨주신 댓글 중, 이 내용에 대해 궁금하시다는 이야기가 있어 혹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될까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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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복지 실습 후기 경험 공유

나는 8월에 입학하여 첫 학기를 시작했고, 9월 즈음 열린 student resource fair에서 실습지를 만나게 되었다. 

사실 커리큘럼 상으로는 한참 뒤인 1월부터 실습을 시작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일찍 구한 편이었다. 

학생 리소스 페어에서는 다양한 학교 내 자원들을 소개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제가 실습했던 'Relationship and Sexual Violence Prevention Center' 였다. 

 

별 기대없이 친구따라 참여했던 리소스 페어에서 제가 관심있던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센터가 학교 내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이래서 친구를 잘 만나야하나보다. 좋은 친구들..) 

그렇게 처음 만남을 가지고 빠르게 인터뷰를 잡았고,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실습을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이때는 그래서 다른 실습센터들은 아예 알아보거나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이 실습지는 학교 내에 위치한 센터이면서, 다양한 실습 포지션이 있었다. 

사회복지 쪽 외에도 미디어 마케팅 쪽 학생들도 인턴을 하기도 했다.  

 

이 센터는 Relationship & Sexual violence에 관련하여 intervention 도 하고 prevention도 하는 곳이었고, 내가 맡은 일은 prevention 쪽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나는 좀 더 intervention에 관심이 있었지만, 실습생은 모두 prevention 쪽만 뽑고 있었기 때문에 만족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양한 분야를 해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나는 intervention 쪽이 맞다고 느꼈지만, 만약 실습을 해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한 학기에 사회복지 실습생만 4-5명이 되는 큰 실습지였는데, 각각 실습생마다 맡은 업무는 달랐다.

내가 맡았던 것은 바로 international student coordinator 였다. 

사실 초반에는 좀 더 큰 프로젝트를 맡고 싶기도 했고, 아직 내가 국제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잘 모를때여서 (입학 후 한달 뒤였음) 이 포지션에 대해서 긴가민가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역할을 하게 된 것이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슈퍼바이저 K를 만났을 때, 첫인상은 예쁘고 차가운 사람이었다. 무언가 딱 떨어지는 말투에 고상한 느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K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Prevention 쪽 일에 배정되었지만 Intervention에 관심이 있었던 나를 위해서, 계속해서 슈퍼바이저 면담때 마다 관련된 정보들을 제공해주었고, 본인은 센터 디렉터였기 때문에 너무 바쁠텐데도 항상 꼬박꼬박 매 주 미팅 시간을 잡아주었다.

만약 시간이 안될 때는, 내 일과 관련해서 좀 더 가까운 직원 A와 미팅을 할 수 있도록 직접 시간을 조정해주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열정이 넘치던 나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믿어주었던 것이 가장 감사했다. 

 

실습지에서 4-5개월 정도 근무하면서 내가 벌였던(?) 프로젝트는 2-3가지가 있다. 

 

먼저, 실습지에 동료 실습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만들어진 'Dating Violence 101' 워크샵.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가벼운 농담에서 나오는 것인지.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실습실에서 농담을 하다가 연애 이야기가 나왔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아직 데이팅 앱이 그렇게 보편화되지 않았던 때여서, 친구들이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내가 계속해서 '아니 그렇게 만난단 말이야?', '어떻게 하는건데?' 등등 질문을 하다보니, 어느덧 친구들도 신이나 미국의 연애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깨달았다. 

 

'연애'라는 거, 그렇게 보편적인 개념이 아니구나? 

그렇다면, 어떻게 'Dating' violence를 정의할까? 

 

가볍게 시작된 수다는 어느덧 국제학생들의 어려움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미국 문화를 잘 모르고 이제 막 성인이 되어 대학교에 온 이들에게는 이 모든 연애 문화는 혼란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폭력이 발생해도, 어떤 것이 기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개입은 어렵다. 

또한 가장 보편적인 만남 방식인 데이팅 앱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그걸 이용해 안전하게 데이트 하는 방법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데이트'는 무엇인지, 국제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워크샵, 'Dating Violence 101' 이었다. (동료 C가 지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탁월한 작명센스!) 

당시 마케팅 인턴이 만든 포스터. 지금 봐도 감동.

이때가 미국 도착한 지 한 6개월 정도 되었을 무렵. 행사 하나를 기획해서 운영한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 센터 내에서 국제학생을 제일 잘 아는 것은 나! 적극적으로 제안했고, 슈퍼바이저 k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응원해주었다. 

덕분에 이 행사는 대박이 났고, 너무 사전신청자가 많아 50명으로 참가인원을 제한해야 했다. 

행사 당일 날에는 약 7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매우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행사는 지금도 매년 이 센터에서 다음 년도 실습생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이 행사가 나에게 준 것은 단순한 성취감이 아니었다. 

나는 이 성공을 통해 '언어가 달라도 문화가 달라도, 나는 이 곳에서 한국에서와 같이 성취할 수 있다' 라는 것을 느꼈다. 

그 전까지는 한국에서와는 다르게 계속해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 국제학생이라는 신분이 나를 1인분이 아닌 0.7인분 정도의 사람으로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이런 나의 정체성 역시 내가 어떻게 활용하는 지에 따라 어쩌면 나의 강점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는 결코 나혼자 해낼 수 없었던 것이었다. 나와 함께 기획하고 운영했던 동료 C. 

무모한 도전임에도 밀어주고 응원해주고, 예산을 선뜻 내어줬던 슈퍼바이저 K. 

행사 대본과 관련해서 걱정하는 나를 위해 밤새 이걸 검수하고 피드백 주었던 상사 A. 

그리고 내가 실습지에서 행사한다고 응원와주었던 친구들. 모든 이들의 도움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얻은 용기와 기운을 가지고 이 외에도 두 번정도 더 크게 일을 벌였다. 

한번은 국제학생들을 모아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해 연구 포스터를 발표하기도 했고, 

Green Dot이라는 잘 짜여진 prevention 프로그램에다가 다양한 언어를 이용한 이벤트를 더해 진행하기도 했다.

 

그때 그때마다 나는 실습지의 모두의 무한한 응원과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다양한 실습생들이 발 벗고 나를 도와주었다. 

 

그렇게 행복했던 5개월의 실습을 모두 마치고, 실습생들이 최종 발표를 하던 날. 

내 슈퍼바이저 k는 눈물을 보였다. 모두와 헤어지는게 아쉽다고.

매 년마다 오고갈 실습생들에게 정을 주고 그렇게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그녀를 보며, 정말이지 이런 상사가 나도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모든 직원들이 정성껏 준비해준 선물과 자필 카드를 받고 돌아설 때,

나는 '어쩌면 이 낯설었던 미국에서 잘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나의 미국에서의 첫 번째 실습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 이 실습지를 떠나 한 학기를 추가로 하고 나는 졸업을 했다. 

졸업을 해서 이 학교를 떠나기 일주일 전, 실습지의 모든 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내 슈퍼바이저 k가 졸업 전에 밥 사주겠다고 불러서.. 정말 따뜻한 여자.. 

지금도 슈퍼바이저 k와 간혹가다 연락을 주고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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