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서 저의 개인적인 실습 후기를 남겨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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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지 구하는 법/인터뷰
2022.07.25 - [미국 사는 사회복지사/미국 사회복지 석사 (MSW)] - 미국 사회복지 대학원 석사과정(MSW) 후기- 6. 학교생활
실습지에서 일 잘하는 법
2023.03.20 - [미국 사는 사회복지사/미국 사회복지 석사 (MSW)] - 미국 사회복지 석사 Social Work MSW 실습 후기 및 팁 공유
미국 사회복지 석사 실습 MSW 후기 리뷰
첫번째 실습지에서 실습을 마쳐 갈 때 즈음 두번째 실습지를 구했다.
나의 관심사는 성폭력/가정폭력 생존자 지원으로 꽤나 구체적인 편이다. 따라서 주제는 그대로 두되, 세팅을 다양하게 경험해보려고 했다.
여러 군데 실습지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 중 YWCA와 법원, 두 군데에 합격하게 되었다.
둘 중 상담을 더 경험할 수 있는 YWCA로 선택하여 여름방학부터 실습을 시작했다.
지난 실습지는 학교 내에서 그것도 국제학생을 담당하는 것이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다.
이번에는 직접 지역사회로 나간다는 것이 걱정도 되고, 떨리기도 하였다.
영어도 부족하고 문화도 다른 국제학생이지만, 그래도 1인분의 몫을 다 해내리라 다짐하고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삭막한 오피스인데, 이때는 나만의 큐비클을 가지는 게 엄청 신이 났다.
심지어 저 전화에 내 내선번호 옆에 나의 이름이 뜨는 것도 신기하고 좋았다.
(나중에는 전화받는게 스트레스여서 금새 싫어졌다...)
내가 일했던 YWCA는 주로 폭력 피해 여성, 아동들을 지원하는데, 쉼터부터 상담, 응급지원까지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응급지원을 주로 하는 부서의 소속으로 실습을 시작했다.
응급지원의 종류는 다양했는데, 그 중에서도 하나는 바로 24시간 긴급지원이었다.
병원에 생존자가 내방하면 출동해서 성폭력 증거채취 검사(Sexual Assault Nurse Examination)를 하는 동안 안내하고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이다.
한국에 있을 때 성폭력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에서 근무했었기 때문에 검사 자체는 익숙했다.
하지만 24시간 지원과 병원으로 직접 가야하다는 점은 색달랐다.
한 번은 실습도중에 (낮시간) 응급지원 콜이 와서 나의 슈퍼바이저와 함께 병원으로 갔던 일이 있다.
그 곳에서 만난 생존자는 sex trafficking 이 의심되는 분이었다.
피해 정황상 반복되는 상황이 의심되었고 이에 대해 도움을 드리기 위해 자원을 연계하였다.
그런데 지원하는 내내, 그 분이 내게 계속해서 개인적 관심을 보였다. 바로 내 국적에 대해...
계속해서 내 머리를 만진다거나, 가라테(...)를 할 줄 아냐는 등..
나는 오히려 별 생각이 없었는데, 같이 갔던 슈퍼바이저와 그 곳에 있던 간호사가 더 당황해 어쩔 줄 몰라했다.
지역사회 세팅으로 나오니 나는 '이방인 사회복지사'라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YWCA에서는 노숙인 여성분들 중 과거 피해를 겪으신 분들을 대상으로 단기 거주 시설을 운영하였다.
사무실 건물과 이어진 곳에서 10가구 정도 단기로 머무시는 분들이 있었다.
이 곳에서 그분들과 일하는 case manager의 역할도 경험해볼 수 있었다.
내담자 중 한 분은 South East 출신이셨는데, 같은 아시아 출신인 나를 만난 것을 정말 반가워하셨다.
원래 그 내담자를 담당하던 사회복지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내밀한 이야기들을 내게 공유해주었다.
병원에서와는 정반대로, 나의 출신이 내담자와의 라포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경우였다.
내가 배정된 팀은 crisis intervention, 위기지원 팀이었지만 슈퍼바이저와의 적극적인 소통 덕분에 다른 부서들을 많이 경험해보았다.
앞에 이야기한 주거지원팀 뿐만 아니라 상담팀에서도 실습을 할 수 있었다.
상담팀에서 주어진 업무 중에 하나는 상담을 받기 위해 신청한 이들에게 전화해 스크리닝하는 것이었다.
질문지를 두고 전화를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묻고 기록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 업무를 하기가 싫어서 정말 곤혼을 겪었다... 영어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 얼굴을 볼 수 없는 전화는 정말 곤란했다.
또 스크리닝 질문들이 꽤나 직설적이고 개인적인 것들이 많아서 간혹 전화를 받는 분들이 경계하고 꺼려하셔서 그 부분도 매우 힘들었다.
내가 이렇듯 어려움을 겪자, 그 당시 상담팀에서 나에게 그 업무를 가르쳐주던 상담사는 본인이 하는 것을 쉐도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셨다. 실습 마지막까지도 가장 어려워하는 업무였지만,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었다.
이 곳에서 실습하는 동안 운 좋게도 40시간 성폭력 피해지원 교육을 수강할 수 있었다.
(미국 내에서 지역사회 성폭력 피해자 지원일을 하려면 이 교육이 필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미국에 오기 전에도 한국에서 계속 같은 일을 해왔기 때문에 내용 자체는 새롭진 않았으나, 졸업 이후에 구직을 할 때 필요했던 요건을 채운 것이 이익이 있었다.
또한 다양한 팀을 돌아가며 일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실습지를 나설 때 나의 이력서가 훨씬 더 발전되었던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곳에서의 나의 슈퍼바이저는 기관 내에서 매우 직책이 높은 사람이었다.
그 말은 즉슨, 매우 바쁘다는 것이다. 일정이 바빠 매주 정해진 미팅 외에는 얼굴을 볼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기관 내에서 돌아가는 일들을 최종 결정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어떤 특정 업무의 세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그랬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미팅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았어야 했다.
팀마다 세미 슈퍼바이저(내 맘대로)를 정해두고 그들에게 계속해서 질문하고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그 내용을 나의 슈퍼바이저에게 매주 미팅마다 공유하였다.
내 슈퍼바이저는 나이가 꽤 있는 흑인 아주머니 였는데, 직책 때문에 어려워보이다가도 나와 일대일로 만날 때는 정말 스윗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스윗하면서도 항상 정곡을 찌르는 질문들을 해주셔서 미팅 이후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곤 했다.
이렇게 여름학기에서 가을학기까지 이어진 실습을 모두 마치고 나는 졸업을 하였다.
졸업도 하기 전에 일을 구했는데, 이때 이 실습지의 슈퍼바이저를 추천인 중 하나로 적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지금 일하고 있는 이 직장에서도 슈퍼바이저에게 추천인 검토를 위해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 이 슈퍼바이저가 나에 대해서 '이 친구는 미래에 타임즈에 실릴(?!) 사람' 이라며 극 호평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정작 이 곳에서 실습할 때는 나의 일을 그렇게 마음에 들어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아주 의외였다.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었던 실습지였다. 다시금 지역사회로 나가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렇게 다양한 업무를 보는 종합지원센터와 같은 곳에서 일을 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지역사회 지원과 한국에서의 지원을 비교해볼 수 있는 부분도 좋았다.
특히 한국에서 원스톱 지원모델로 운영하고 있는 일들을 이렇게 지역사회 센터 단위로 나누어 지원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또한 미국 내에서 한국보다 더 강조되는 약물 중독 문제, 총기 소유 문제 등이 피해자 지원 업무에서도 나타나는 것이 인상깊었다.
이렇게 나의 인생 마지막 실습이 종료되었다.
이젠 실습 끝, 진짜 직장생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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